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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식객 허영만의 백반일기 강남 압구정 차돌박이 채소무침 소시지전골 부대찌개 소금닭꼬치 고추장닭꼬치 문어국밥 돌문어톳쌈 해남정식 매생이전 영동설렁탕
    TV속정보 2020. 1. 28. 15:30

    강남으로 들어가는 관문이자 심장부로 불리는 곳, 오늘 맛 기행을 떠날 <신사동>이다. 빠르게 유행이 바뀌는 동네지만 곳곳에 신사동을 지켜온 터줏대감 같은 집들이 숨어있다. 오늘 동행 할 식객을 만나러 가는 길- 신사동의 세련된 느낌이 물씬 풍기는 한 집으로 초대를 받았다. 얼굴을 보니 드라마에서 꽤 많이 본 익숙한 얼굴, 사모님처럼 우아한 연기로 친숙한 탤런트 박정수 씨다. 신사동에서 종종 들른다는 한 모던 한정식집이라는데 이 집에서 상 위에 가장 많이 오른다는 차돌박이와 채소 무침 그리고 채소구이가 등장했다. 살짝 달게 무친 달래가 차돌박이의 기름기를 잡아주고 향을 돋워준다- 역시 맛도 품격 있게 깔끔한 것이, 강남이다 싶은 상차림이랄까? 향긋한 쌈에 빠질 때 즈음, 이 집 점심 메뉴로 별미라는 된장국수와 김치말이 국수가 나오는데- 손님 대접하기 좋은 식당답게 담음새도 근사하다. 입맛 당기는 구수한 된장 국수의 국물 한입에 쫄깃한 생면이 부드럽게 목을 넘어간다- 여기에 살얼음이 살짝 뜬 칼칼한 김치말이 국수 한 입을 먹으면 개운함으로 마무리하기에 딱 맞다. 눈으로 보고 맛으로 즐기는 정갈한 밥상이 딱 신사동 답다-

    개화옥 - 차돌박이채소무침 채소구이 된장국수 김치말이국수

   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50길 7 연락처 02-549-1459

    이번엔 사람들로 붐비는 로데오 거리 뒷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. 젊은이들에게 꽤 인기가 좋다는 부대찌개 집이 있다는데, 34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왔단다. 박정수 씨는 부대찌개를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는데 이 집 부대찌개는 내가 알던 부대찌개와는 첫인상이 좀 다르다- 개운해 보이는 빨간 국물이 마치 전골 같은 느낌이랄까? 박정수 씨는 김치찌개 같은 시원한 맛이 느껴진다는데 이 집에선 절임 배추의 이파리로만 김치를 담가 내 그 맛을 유지한단다. 눈길을 끄는 또 다른 건 바로 찌개 속 칼국수 사리! 튀긴 면이 내는 텁텁한 맛이 싫어 주인장이 칼국수만을 고집한단다. 그런데 이 집을 찾는 손님들은 부대찌개와 함께 꼭 먹어야 하는 코스 요리가 있다는데- 바로 ‘철판구이’ 고소한 버터에 등심과 베이컨, 소시지를 넣어 볶아낸 철판구이가 제법 고소한 맛을 낸다. 그런데 박정수 씨와 내 입맛엔 두 개의 메뉴가 따로 노는 듯한데- 옆 테이블의 젊은 친구들은 이 메뉴를 꼭 함께 먹어야 그 맛이 난단다. 입 앞에 어디 정답이 있겠느냐 만은- 그래도 개운한 이 부대찌개의 맛은 통했다! 

    금성스테이크부대찌개 - 소시지전골 모둠구이 

    서울강남구 압구정로46길 5-14 전화번호 02-547-4872

    한남대교와 경부고속도로가 만나는 길목- 신사동 사거리 뒤편에 위치한 한 노포를 찾았다. 46년이라는 긴 역사를 이어온 이 집의 메뉴는 ‘설렁탕’- 택시기사들부터 젊은 혼밥족, 가족 단위의 다양한 손님들의 발길이 24시간 끊이지 않는 곳이다.
    기대를 안고 들어섰는데 여기저기서 ‘빼기’를 외친다. 개인의 취향에 따라 소면과 기름을 뺄 수 있는 이 집만의 주문법이란다. 기름 빼기를 한 설렁탕을 시켰는데 이거 웬걸- 국물이 꽤 구수하다, 고기의 팍팍한 맛쯤이야 단번에 잊혀지는 맛이랄까  이 집은 기름 빼기에 따라 고기 부위도 달라진다는데 담백하고 구수한 맛을 좋아하는 이들에겐 기름 빼기를, 진하고 부드러운 맛을 좋아하는 이들에겐 기름 안 뺀 설렁탕이 딱인듯하다. 이 맛에 반해 오랜 단골이 됐다는 허참 선생과도 우연히 조우했다. 바쁜 스케줄 속에 이 뜨끈한 설렁탕 한 그릇이면 힘이 된다는 그의 말이 단번에 이해되는 맛- 속을 데워주는 그 뜨거운 힘의 내공이 느껴지는 맛이다.

    영동설렁탕 - 설렁탕

  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101안길 24 전화번호 02-543-4716

    사실 신사동엔 각 지역에서 손 맛 좀 낸다는 이들이 모여든 곳이다- 골목 끝자락에 위치한 한 집, 전라남도 해남에서 올라온 주인장이 차려내는 남도의 백반 한 상을 맛보기 위해 오랜만에 그 집을 찾았다. 가게 분위기가 바뀌긴 했지만, 여전히 이 집 손님들이 최고로 친다는 묵은지와 홍갓 김치의 맛은 그대로다- 백반 한 상의 찬이 무려 18가지. 강남 물가는 잠시 잊게 되는 한 상이랄까? 그중에서도 무와 굴을 들기름에 볶아낸 무나물의 담백한 맛이 제법이다. 전라도의 맛을 즐긴다는 박정수 씨는 어느새 말이 없어지더니 야무지게 한 상을 해치우곤, 단골 예약을 하겠다는 걸 보니 입맛에 잘 맞는 듯하다- 하하  주인장이 후반전 시작을 알리며 가져다준 매생이 굴전과 매생잇국- 겨울철 바다의 그 시원한 맛을 보자니 목까지 찼던 배부름이 어느새 잊혀진다. 신사동을 다시 찾고 싶어지는 맛이다. 

    해남집 - 해남정식 매생이전 매생이국

    서울강남구 강남대로160길 10 전화번호 02-3446-7244


    신사동의 또 다른 맛을 찾아 발길을 옮기다 보니 어느새 옆 동네로 넘어와 버렸다. 하하 사람 발길 드문 오랜 지하상가에는 겨울이면 내가 찾는 집이 한 곳 있다. 일단 그 주인공이 눈길을 끌만 한데 바로 ‘돌문어’다. 강남 한복판에서 만난 돌문어의 맛이 괜찮을까 싶은데- 문어 껍질로 육수와 굴, 숙주나물, 문어를 넣어 끓여낸 문어 국밥 한 그릇이면 어느새 추위도 잊혀진다. 깊은 탄성이 나오는 그 시원한 맛이 이 집의 손님을 이끄는 이유다.  여기에 톳과 미역, 문어를 살짝 익혀낸 숙회와 함께 하는 돌문어 톳쌈은 싱싱한 바다의 맛을 그대로 느낄 수 있는 호사를 누릴 수 있게 해준다. 도심 한복판에서 만난 문어의 맛- 이 밥상 앞에선 추위 걱정은 접어두어도 좋다! 

    돌곰네 - 문어국밥 돌문어톳쌈

    서울 강남구 언주로146길 18 전화번호 02-3446-2928

    콧등까지 시린 저녁이 찾아오자, 거리 한구석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인 포장마차가 눈에 들어온다. 사람들 발길 끄는 이 집의 메뉴는 ‘닭꼬치’ 거리를 감싼 이 맛있는 냄새를 어찌 지나칠 수 있으리오! 토치로 닭고기의 육즙은 가두고, 불맛을 입혀내는데 아는 맛이 더 참기 힘든 법- 꼬치를 받자마자 입으로 직행. 그런데 이 집 주인장이 대뜸 가위를 든다. 고기를 빼먹고 남은 꼬치를 잘라준다는데 이 집 손님들에겐 익숙한 모양이다. 현란한 가위질을 보니 보통 내공이 아니다. 23년간 이 자리를 지켜왔단다. 이곳을 찾는 손님들과도 살갑게 대화하는 주인장을 보니 사람 냄새나는 이 온기가 맛을 더하는 비법은 아닐까 싶다- 맛과 온기로 가득한 포장마차의 밤이다.

    압구정3번출구닭꼬치 - 소금닭꼬치 고추장 닭꼬치

   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30길 45 압구정CGV 부근 010-2774-1347

    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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